2025/09/05 3

나의 정원이야기: 혜화동에서 온 맥문동, 보랏빛 물결

정원이 텅 빈 줄만 알았다. 여름 꽃들도 지고, 초록의 기운마저 희미해지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문득 마당을 바라보니 보랏빛이 번져 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혜화동 집에서 가져온 맥문동이었다.지난날의 추억을 품은 그 뿌리가 지금 내 정원에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혜화동에서 옮겨온 뿌리, 새로운 자리에서 만발하다 맥문동은 내가 오래전 혜화동에서 살 때, 마당 한쪽에 심어두었던 식물이었다.다른 꽃들에 비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 해가 없어도,그늘이 져도때가 되면,누가 들여다보지 않아도 보랏빛 알갱이들이 졸졸이 달린 꽃대를 피워 낸다. 그 뿌리를 가져와 지금의 카페 마당큰 나무밑에 그저 맨땅을 가리는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을 털어내고 낙우송 나무밑 땅에초록과 보라의 꽃밭을 만들어 놓았다. 화..

나의 정원이야기: 수레국화, 작은 시작이 주는 큰 위로

🌳나의 정원이야기: 수레국화, 작은 시작이 주는 큰 위로 올해 여름, 나는 작은 씨앗 봉지를 열어수레국화를 뿌렸다. 두 번째 도전이었다. 6월에 뿌린 그 씨앗들이 시간이 지나며 마침내 꽃을 피웠다.많지는 않았다. 정원 한편에 몇 송이만 하늘거렸을 뿐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작은 꽃이 주는 기쁨은 생각보다 크고 오래갔다. 🏵수레국화라는 이름의 매력나는 꽃의 모습만큼이나 ‘수레국화’라는 이름을 좋아한다. ‘수레’라는 조금 낯선 단어와 ‘국화’라는 친숙한 단어가 만나 묘한 신비로운 울림을 준다. 어감만 들어도 시적이고, 문학적이고,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건져 올린 듯한 느낌이다. 실제로 수레국화는 외국 명작소설이나 시에 종종 등장하는 꽃이다. 영어로는 ‘Cornflower’라 부르는데..

나의 정원이야기: 루꼴라와 피자, 그리고 작은 수확의 기쁨

땅에 씨앗을 뿌리는일은 언제나 설렘으로 시작된다.이번에는 루꼴라였다. 초록빛 잎사귀에서 풍겨 나오는 알싸한 향과 맛, 그리고 그 싱그러운 존재감이 내 요리에 새로운 색을 입혀줄 것 같았다.루꼴라는 단순히 샐러드용 채소가 아니라, 내가 운영하는 메뉴 위에 생기를 불어넣는 특별한 재료였다. 🍀루꼴라의 첫걸음루꼴라 씨앗 봉지를 열었을 때 나는 놀랐다. 단돈 1,500원에 무려 1,000개의 씨앗이 들어 있었다. 작은 씨앗 하나하나가 미래의 요리에 올라갈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카페 뒤편 작은 땅이 있어서 야채를 심어 키우기로 했다.. 해가 많이 비추진 않는다이왕이면 여러 가지 채소들을 키워보기로 했다 먼저 흙에 물을 뿌리고 흙을 고르게 펴고 그위에 물을 머금었다가 식물이 물이 필요할 때 내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