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의 일상/로사의 하루 기록

🍆 보랏빛 가지 한보따리, 부드러운 하루의 위로

로사랑 - 2025. 10. 24. 02:04



🏮 유성 장날의 풍경

오늘은 유성 장날이었다.
가을 햇살이 살짝 누그러진 거리에는
장수들이 펼쳐놓은 색색의 채소들과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있었다.

나는 가지를 사러 갔다.
“가지 오천 원어치 주세요.”
말이 끝나자 아주머니가 내 얼굴을 한번 보고는
살짝 놀란 듯 웃으셨다.

 “비닐봉지 다른 걸로 바꿔야겠네~”


그 말에 나도 피식 웃음이 났다.
‘너무 조금 사나?’ 싶었는데,
이내 아주머니는 커다란 검정 봉투를 꺼내더니
“오천 원이요?” 다시 묻고는
빨간 소쿠리 가득한 가지를 몽땅 담으셨다.

오른손잡이죠? 물으시더니

오른손엔 조금 무거운 봉지, 왼손엔 가벼운 봉지.
보랏빛 가지들이 서로 기대며 꼬부라져 있었지만
그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퍼프로 돌아오는 길,
손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부자가 된 듯했다.

5000원에 두 손 가득 가지라니....


🍲 부드럽게 찐 가지무침

                                                 김오른 솥에 부드럽게 쪄낸 가지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솥을 올려 물을 붓고 불을 켰다
물이 끓자 채반을 얹고 반으로 가른 가지를 올려 뚜껑을 덮었다.
잠시 후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보랏빛이 점점 색이 바래가며 부드럽게 익어간다 

뜨거운 가지를 집게로 잡고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찢었다.
간장 한 큰 술, 마늘 약간,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어
조물조물 버무리니 윤기가 자르르 돌며 군침이 났다.

잇몸이 아파 딱딱한 음식을 피하던 요즘,
이 따뜻한 가지무침은 나에게
부드러운 위로 한 그릇이었다.

밥 위에 올려 한입 먹으니
짭조름하고 고소한 향이 마음까지 풀어졌다.


그저 가지 한입에 미소가 번지는 시간.


🌿 오늘의 소박한 행복

                                                      조선 간장과 참기름 한방울로 맛을 낸 가지무침
오늘의 장보기와 가지무침은
소박하지만 내 하루를 단단히 채워주었다.
내일도 또 만들 거다.
오늘보다 조금 더 부드럽게,
그리고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 먹어야겠다
5000원의 여유와 풍요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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