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4 2

🌾 길이 없어 보일 때, 나는 이렇게 걸어왔다

가끔은 길이 끝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한 해를 온 힘 다해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며칠만 지나도 다시 흐려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잠시 멈춰 선다. 길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안개가 짙을 뿐이 라고 나를 다시 일으킨다조금만 더 걸으면,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 안개 너머에 길이 이어져 있었다. 돌이켜 보면 길은 언제나 처음 부터 보였던것이 아니였다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잠시 멈춰 서 있던 시간도 있었고,괜히 돌아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그 모든 시간이내가 걷고 있는 길의 일부였다 길은 처음 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걸어 가면서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걸조용히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길은 걸어가고 나서야뒤에서 길이 되었다나는 다시 묻는다. “이 ..

🍆 보랏빛 가지 한보따리, 부드러운 하루의 위로

🏮 유성 장날의 풍경 오늘은 유성 장날이었다. 가을 햇살이 살짝 누그러진 거리에는 장수들이 펼쳐놓은 색색의 채소들과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있었다. 나는 가지를 사러 갔다. “가지 오천 원어치 주세요.” 말이 끝나자 아주머니가 내 얼굴을 한번 보고는 살짝 놀란 듯 웃으셨다. “비닐봉지 다른 걸로 바꿔야겠네~” 그 말에 나도 피식 웃음이 났다. ‘너무 조금 사나?’ 싶었는데, 이내 아주머니는 커다란 검정 봉투를 꺼내더니 “오천 원이요?” 다시 묻고는 빨간 소쿠리 가득한 가지를 몽땅 담으셨다. 오른손잡이죠? 물으시더니오른손엔 조금 무거운 봉지, 왼손엔 가벼운 봉지. 보랏빛 가지들이 서로 기대며 꼬부라져 있었지만 그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버스를 타고 퍼프로 돌아오는 길, 손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부자가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