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프 이야기/요거트 브랜드 준비

흰 죽처럼 걸쭉한 요거트는 실패일까, 살릴 수 있을까

로사랑 - 2026. 4. 10. 23:13


요거트를 집에서 만들다 보면
가끔 발효가 끝났는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날이 있다.
표면은 아주 맑게 분리되지도 않았고,
순두부처럼 단단히 잡힌 느낌도 아니다.


숟가락으로 떠보면 완전히 물처럼 흐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잘 된 요거트처럼 힘 있게 버티지도 않는다.
딱 표현하자면
흰 죽처럼 걸쭉한 상태에 가깝다.


이럴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번엔 실패한 건가?” 하는 불안이다.
나도 그랬다.
발효 시간도 넉넉히 두었고
발효 후 식힘 시간도 2시간 이상 주었는데
기대했던 것처럼 순두부 같은 응고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기록을 통해 느낀 것은
이 상태를 너무 빨리 실패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흰 죽처럼 걸쭉한 요거트는
완전히 망한 상태와는 다를 수 있고,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정리하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흰 죽처럼 걸쭉한 상태는 어떤 모습일까

 


이 상태는
완전히 액체처럼 흐르는 우유 상태와는 다르다.
분명 발효가 조금은 진행된 듯한 느낌이 있고
숟가락으로 뜨면 묽은 액체보다는 걸쭉하다.


하지만 잘 된 날처럼
덩어리가 단단히 받쳐지거나
순두부처럼 매끈하게 잡히는 응고감은 약하다.
즉, 아예 발효가 안 된 상태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 있게 성공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중간쯤의 모습이다.


집에서 요거트를 만들다 보면
오히려 이런 애매한 상태가 더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다.
이번에도 그랬다.
처음 봤을 때는
“덜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잘 만든 요거트 특유의 힘 있는 응고감이 약했고
전체적으로 흐르는 걸쭉함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바로 버리기 전에 먼저 봐야 할 것

 


이런 상태가 나오면
제일 먼저 버릴지부터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전에 몇 가지를 먼저 확인해 볼 수 있다.


첫째
완전히 물처럼 흐르는지를 본다.
만약 그냥 우유처럼 너무 묽고
신내도 거의 없고
발효된 느낌이 거의 없다면
이 경우는 살리기 어려운 쪽에 가깝다.


둘째
걸쭉함이 조금이라도 생겼는지를 본다.
흰 죽처럼 걸쭉한 상태라면
응고가 약하더라도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닐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바로 실패로 단정하지 않고
조금 더 지켜볼 여지가 있다


셋째,


발효 직후만 보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집요거트는 발효가 끝난 직후 모습과
최종 결과가 같지 않을 때가 있다.
식힘 시간, 냉장 안정, 유청 분리 후에
오히려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해본 방법, 유청 분리로 끝까지 봤다

 

 

유청이 60% 제거된 모습의요거트
흰 죽 같은 요거트를 유청 뺀 상태

 

이번 실험에서는
그 흰 죽처럼 걸쭉한 상태의 요거트를
바로 버리지 않고 내림망에 넣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약 10시간 동안 유청을 분리해보았다.
결과는 생각보다 달랐다.


처음 상태만 보면
단단히 잡히지 못한 발효 같았는데,
유청이 빠지고 나니 전혀 다른 방향의 질감이 나왔다.


유청은 약 600ml 정도 빠졌고
남은 요거트는
묽게 무너지는 상태가 아니라
부드러운 소프트아이스크림 같은 질감으로 정리되었다.


즉, 처음에는 불안해 보였지만
끝까지 과정을 가져가 보니
완전히 실패라고 할 수 있는 결과는 아니었다.


꾸덕하고 단단한 그릭요거트는 아니었지만
부드럽게 떠먹을 수 있는 다른 질감의 요거트가 된 셈이다.

 

흰 죽 같은 상태의 요거트를 살릴 때 해볼 수 있는 방법

 

이 상태가 나왔을 때
내가 보기에는 아래 순서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1. 바로 실패라고 단정하지 않기


흰 죽처럼 걸쭉한 상태는
애매해서 더 불안하지만,
오히려 이때 너무 빨리 판단하면
살릴 수 있는 결과도 놓치게 된다.
완전히 물처럼 흐르는 상태와
걸쭉하게 발효 흔적이 남은 상태는 다르다.
조금이라도 응고가 생겼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볼 가치가 있다.


2. 식힘 시간과 냉장 안정 시간을 주기


발효가 끝난 직후의 요거트는
겉으로 보기보다 아직 덜 정리된 상태일 수 있다.
이때 잠깐 식히고
냉장고에서 안정될 시간을 주면
질감이 조금 더 차분해질 수 있다.
집요거트는
발효 시간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어떻게 식히고 정리되는지도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3. 내림망에 넣고 유청 분리를 시도해 보기

 

흰 죽처럼 걸쭉한 상태라면
내림망에 넣고 냉장고에서 유청을 빼보는 방법이
의외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처음에는 응고감이 약해 보여도
유청이 충분히 빠진 뒤에는
부드럽고 먹을 만한 질감으로 남을 수 있었다.
물론 항상 단단한 그릭요거트처럼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꼭 그 결과만이 성공은 아니다.
조금 더 부드러운 방향의 요거트로 정리될 수도 있다.

 

4. 다음 실험에서는 스타터 양도 점검하기

 

이번 기록에서는
발효유를 130ml 한 병 넣었을 때
이전에 2병 넣었던 실험보다
응고감이 약하게 느껴졌다.


발효 시간과 식힘 시간은 충분히 주었는데도
시작의 힘이 약해 보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음번에는 스타터 양도 중요한 변수로 다시 점검해 볼 수 있다.


즉, 이번 배치를 살리는 것과
다음 배치를 더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이번에는 유청 분리로 결과를 끝까지 보고,
다음에는 스타터 양이나 온도를 조정해 보는 식으로 접근하면 된다.


포기해야 하는 상태와 살릴 수 있는 상태는 조금 다르다

 

집에서 요거트를 만들다 보면
모든 애매한 결과를 다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구분은 필요하다.


포기 쪽에 가까운 상태

•그냥 우유처럼 너무 묽다.

• 신내가 거의 없다
• 발효 흔적이 약하다
• 시간이 지나도 걸쭉함이 거의 없다


한 번 더 살려볼 수 있는 상태
• 흰 죽처럼 걸쭉하다
• 발효된 느낌은 조금 있다

• 완전히 물처럼 흐르지는 않는다
• 유청 분리 후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차이를 알고 있으면
괜히 다 버리거나
반대로 너무 무리하게 붙잡는 일을 조금 줄일 수 있다.


이번 실험이 알려준 점

 

이번 기록에서 내게 가장 크게 남은 것은
발효 직후의 모습만으로 결과를 끝내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순두부처럼 잡히지 않고
흰 죽처럼 걸쭉해서
“이번엔 잘 안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내림망에 넣고
냉장고에서 10시간 동안 유청을 분리한 뒤
결과는 달라졌다.
유청은 약 600ml 빠졌고
남은 요거트는 부드러운 소프트아이스크림 같은 질감으로 정리되었다.

 

 

꾸덕한 상태는 아닌 소프트 아이스 크림 같은 상태의 발효 모습
몽글 몽글한 질감이 보이느 부드러운 모습의 요거트


이 경험을 통해
흰 죽 같은 상태의 요거트는
곧바로 실패라고 부르기보다
한 번 더 정리해 볼 만한  상태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무리


흰 죽처럼 걸쭉한 요거트를 만나면

'이게 뭐지?" 하며 당황하게 된다
잘 된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망했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실험처럼
조금 더 차분하게 끝까지 가져가 보면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달라질 수 있다.

발효 직후에는 약해 보여도
식힘 시간과 냉장 안정,
그리고 유청 분리 후에는
부드럽고 먹을 만한 질감으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이런 상태를 만나면
무조건 실패라고 부르기보다
 살릴 수 있는지 보는 단계로 받아들이게 된다.

 


집에서 만드는 요거트는
늘 똑같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 다름 때문에
실패처럼 보였던 순간도
의외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기록이 다시 보여주었다.

 

실패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