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요거트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우유가 굳기만 하면 모든 과정이 끝난 줄 알았다.
발효가 끝난 요거트를 거름망에 넣고 유청을 빼면
곧바로 꾸덕한 그릭요거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번 만들면서 결과는 조금씩 달랐다.

발효 직후에는 흔들리던 요거트가 냉장 후 단단해진 날이 있었고,
유청이 500ml나 빠졌는데도 기대만큼 꾸덕해지지 않은 날도 있었다.
흰죽처럼 걸쭉해 실패한 줄 알았던 요거트가
냉장과 거름을 거친 뒤 먹을 만한 상태가 되기도 했다.
그 기록들을 다시 보니
발효 성공과 냉장 안정화, 그릭요거트가 되는 과정은 서로 다른 단계였다.
첫 번째 단계는 우유가 요거트로 굳는 발효다
요거트 스타터의 유산균은
우유에 들어 있는 유당을 이용해 젖산을 만든다.
젖산이 만들어지면서 우유의 산도가 높아지면
흩어져 있던 카세인 단백질이 서로 가까워져 그물 같은 구조를 만든다.
이 단백질 그물 안에 수분과 지방이 붙잡히면서
액체였던 우유가 요거트 형태로 굳는다.
이 단계가 제대로 진행되었다면 우유가 요거트로 발효된 것이다.
하지만 요거트가 굳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릭요거트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발효를 마친 직후의 요거트는 흔들릴 수도 있고,
숟가락으로 떴을 때 예상보다 부드러울 수도 있다.
내 기록에서도 발효 직후에는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냉장고에 넣어둔 뒤 단단해진 요거트가 있었다.
그래서 발효기에서 꺼낸 모습만 보고
곧바로 실패라고 판단해서는 안 됐다.
두 번째 단계는 냉장고에서 상태를 안정시키는 시간이다
발효가 원하는 정도에 도달하면
요거트를 차갑게 식혀야 한다.
냉각은 유산균의 성장과 대사 활동을 크게 늦춰
발효가 지나치게 이어지는 것을 막는 과정이다.
실제 요거트 제조에서도 발효 후 약 5℃까지 냉각해 균의 활동을 억제한다.
내가 만든 요거트도 발효 직후와 냉장 후의 질감이 같지 않았다.
발효기에서 막 꺼냈을 때는 표면이 흔들리고 속이 부드러웠지만,
냉장 후에는 숟가락으로 뜨는 감촉이 더 단단해진 날이 있었다.
냉장고가 발효되지 않은 우유를 새롭게 요거트로 만들어 준 것은 아니다.
이미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진 조직을 차갑게 안정시키고,
완성된 상태를 더 정확히 확인하게 해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발효 직후의 모습만 보지 않는다.
냉장 후 숟가락으로 속까지 떠보고 나서 요거트의 상태를 판단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 요거트가 그릭요거트로 바뀐다
일반 요거트와 그릭요거트의 가장 큰 차이는 발효가 아니라 농축 과정에 있다.
요거트의 발효가 끝난 뒤 일부 유청을 제거하면
수분의 비율은 줄고, 남은 고형분의 비율은 높아진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부드러운 요거트가
더 진하고 꾸덕한 그릭요거트로 변한다.
즉, 우유가 굳는 것은 요거트가 되는 과정이고,
굳은 요거트에서 유청을 빼는 것은 그릭요거트가 되는 과정이다.
두 과정은 이어져 있지만 같은 일은 아니었다.
유청이 많이 빠졌다고 반드시 꾸덕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빠져나온 유청의 양이 많으면
요거트도 그만큼 꾸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청이 약 500ml나 빠졌는데도 기대한 만큼
꾸덕해지지 않은 날이 있었다. 반대로 발효 상태가 좋았던 요거트는
냉장 후 조직이 안정됐고,
거름을 거치면서 내가 원하던 질감에 가까워졌다.

요거트가 수분을 붙잡는 힘은 발효 온도와 시간,
우유의 성분, 가열 여부, 단백질 조직의 상태 등 여러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유청의 양 하나만으로 완성된 질감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유청이 많이 나왔다는 것은 액체가 많이 분리됐다는 뜻일 뿐
남은 요거트의 조직이 반드시 단단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때부터 나는 유청의 양뿐 아니라
남아 있는 요거트의 상태도 함께 보기 시작했다.
- 숟가락으로 떴을 때 형태가 유지되는가
- 조직이 몽글몽글 끊어지는가, 매끄럽게 이어지는가
- 냉장 후에도 속이 지나치게 묽은가
- 거름 시간이 늘어날수록 실제로 꾸덕해지고 있는가
꾸덕함은 시간이나 유청량 하나로 결정되는 결과가 아니었다.
실패를 판단하는 시점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발효기에서 꺼낸 요거트가 흔들리면 실패한 줄 알았다.
그러나 냉장 후 단단해지는 변화를 보고 나서는 바로 버리지 않게 됐다.
흰죽처럼 걸쭉한 상태도 냄새와 상태를 살피고 냉장한 뒤 다시 확인했다.
물론 전혀 응고되지 않은 우유와
이미 요거트 조직이 생겼지만 부드러운 상태는 구분해야 한다.
내가 장 건강용 유산균만 넣어 실험했을 때처럼
시간이 지나도 우유가 처음 상태와 거의 다르지 않았다면
발효가 되지 않은 경우였다. 반면 약하게라도 조직이 생기고
냉장 후 더 모였다면, 단순히 완성까지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한순간의 겉모습보다 과정을 나누어 본다.
발효가 끝났을 때
우유가 요거트 조직으로 바뀌었는지를 확인한다.
냉장이 끝났을 때
차가워진 뒤 실제 질감과 속 상태를 다시 확인한다.
유청을 거르는 동안
내가 원하는 플레인·중간·꾸덕한 질감 중 어디까지 왔는지를 살핀다.
굳음과 꾸덕함은 같은 말이 아니었다
집요거트를 만들며 가장 늦게 알게 된 것은
굳은 요거트와 꾸덕한 그릭요거트가 같은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우유가 굳으면 발효는 성공한 것이다.
냉장하면 그 상태를 안정시키고 질감을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그다음 유청을 많이 제거해야 농축된 꾸덕한 그릭요거트가 된다.
요거트가 굳었는데도 꾸덕하지 않았던 것은 발효가 실패해서가 아닐 수 있다.
그 요거트는 이미 첫 번째 단계를 통과했고,
아직 그릭요거트가 되는 마지막 과정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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