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보를 쓰며 알게 된 작은 차이
요거트를 집에서 직접 만들다 보면
흔히 이런 설명을 보게 된다.
“유청을 오래 빼면 요거트가 더 꾸덕해진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유청을 빼는 시간을 늘리면
요거트가 더 꾸덕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번 만들어 보면서
시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차이를 알게 되었다.
꾸덕함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아니라
유청이 계속 빠지는가 였다.
처음에는 유청이 빠르게 떨어진다
발효가 끝난 요거트를
면보에 담으면
처음에는 유청이 비교적
빠르게 떨어진다.
면보에 요거트를 담은 직후에는 수분이
아래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충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몇 분 동안 유청이 빠르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금방 꾸덕한 요거트가 완성될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면 유청 흐름이 거의 멈추기도 한다

면보에 요거트가 붙어 유청이 잘 빠지지 않는 모습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
유청이 갑자기 거의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벌써 다 빠졌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청이 다 빠진 것이 아니라
요거트의 미세한 입자가 면보 표면에 붙으면서
유청이 빠져나오는 통로가 줄어든 것으로 보였다
겉으로는 오랫동안 유청을 빼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청 흐름이 거의 멈춘 상태가 되는 것이다
강하게 누르면 유청이 탁해질 수 있다
유청이 잘 안 빠지면
위에서 누름그릇으로 눌러
빨리 빼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강하게 누르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맑은 유청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요거트가 면보 섬유 틈 사이로
밀려 나와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유청이 빠지는 대신
요거트가 같이 빠져버려
질감도 흐트러질 수 있다.
유청에 요거트가 섞여 색도 뿌였다
면보 위치를 바꾸면 다시 유청이 나오기도 한다
유청이 거의 멈췄을 때 면보의 접힌 부분을 조금 펴거나
요거트가 놓인 위치를 바꾸어 보았다.
누름그릇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위치를 살짝 옮기거나 압력을 줄여 보기도 했다.
그러자 멈췄던 유청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었다
면보의 한 부분에만 요거트가 몰려 있거나
눌린 부분을 조금 바꾸면서, 유청이 빠져나갈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생긴 것으로 보였다.
이 경험을 통해 꾸덕한 요거트를 만들 때는
단순히 오랫동안 두는 것보다
유청이 원활하게 빠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0시간을 두어도 촉촉하게 남을 수 있다
이번에 만든 요거트는
유청을 10시간 이상 뺐다.
하지만 시간을 오래 두었다고 해서
계속 유청이 빠지는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유청이 거의 나오지 않는 시간이 있었고,
면보와 누름그릇의 위치를 조금 바꾸자 다시 유청이 떨어졌다
따라서 ‘10시간 동안 유청을 뺐다’는 기록만으로는
요거트의 꾸덕함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같은 10시간이라도 유청이 계속 빠진 경우와
중간에 흐름이 멈춘 경우에는
완성된 요거트의 수분량과 질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꾸덕함은 시간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요거트의 최종 질감에는 여러 조건이 함께 영향을 준다.
우유의 종류와 단백질 함량, 발효 온도, 발효 시간,
발효가 끝난 요거트의 굳기, 면보의 재질과 두께,
유청을 빼는 온도와 압력도 결과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유청을 빼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언제나 같은 꾸덕함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중요한 조건이지만,
그것만으로 결과가 결정되지는 않았다.
결론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이것이다.
유청을 오래 뺀다고 무조건 꾸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꾸덕함은 시간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 동안 유청이 계속 빠지고 있었는지였다.
면보가 막힌 상태라면 10시간을 두어도
요거트가 촉촉하게 남을 수 있다.
반대로 유청이 계속 흐를 수 있도록 면보 위치나
누름돌 위치를 조금 조정해주면,
다시 유청이 빠지면서 질감이 달라질 수 있다.
집에서 만드는 요거트는 어렵다기보다,
이런 작은 차이를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이번 기록은 내게 그 점을 알려주었다.
꾸덕 요거트는 오래 기다리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유청이 빠지는 모습을 살피고, 흐름이 멈췄을 때
원인을 찾아 조정해 주는 과정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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